
오늘은 저의 아이덴티티인 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합니다. 5월 20일은 ‘세계 벌의 날(World Bee Day)’입니다. 이 날은 단순히 벌을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벌의 생태학적 중요성과 생존 위기를 되새기기 위한 국제적인 기념일입니다. 최근 몇 년간 꿀벌과 야생벌의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생태계 전체의 균형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세계 벌의 날’을 통해 벌의 역할을 재조명하고, 벌이 사라질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벌이 사라진다면? 생태계에 미치는 충격
벌은 단순히 꿀을 생산하는 곤충이 아닙니다. 이들은 꽃가루받이(수분) 과정을 통해 전 세계 식물의 75% 이상이 번식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생태계 구성원입니다. 특히 과일, 채소, 견과류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식품의 대부분은 벌의 활동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20년간 살충제 남용, 서식지 파괴, 기후 변화 등의 이유로 전 세계 꿀벌 개체 수는 급격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벌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습니다. 식물의 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작물 수확량이 줄어들고, 이는 곧 식량 위기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농작물 생산이 감소하면 가격이 상승하고, 저소득 국가일수록 타격이 심각해집니다. 더불어, 꽃을 수분하는 곤충이 줄어들면 이를 먹이로 삼는 새와 다른 동물들도 영향을 받아 전체 생태계가 위협받게 됩니다.
‘벌의 멸종은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라는 경고는 단순한 과장이 아닙니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벌이 사라지면 4년 안에 인류에게도 심각한 생존 위기가 올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한 벌 보호를 넘어서, 지구 생태계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된 문제입니다.
세계 벌의 날의 의미와 기원
‘세계 벌의 날’은 2017년 UN 총회에서 슬로베니아의 제안으로 공식 제정되었으며, 매년 5월 20일 전 세계적으로 기념됩니다. 이 날짜는 근대 양봉의 선구자이자 과학자인 안톤 얀샤(Anton Janša)의 탄생일로, 그는 벌의 행동과 생태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벌의 가치를 널리 알린 인물입니다.
이 기념일은 단순한 생물학적 보호를 넘어서, 농업과 식량 안보, 환경보존과의 연결성을 강조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자연기금(WWF) 등 국제 단체들은 이 날을 맞아 다양한 캠페인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일반 대중이 벌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행동에 나설 수 있도록 독려합니다.
슬로베니아는 벌 보호 정책을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EU 국가들을 중심으로 벌의 서식지 복원, 농약 사용 규제 등 정책적 변화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을 포함한 일부 국가에서는 아직 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며, 관련 정책도 상대적으로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세계 벌의 날’은 단순한 환경 기념일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출발점으로서의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
벌을 지키기 위해 꼭 전문가나 농업 종사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일상 속 작은 실천이 모여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살충제 사용을 자제하는 것입니다. 정원이나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울 때는 친환경 비료나 천연 방제제를 사용해 벌이 안전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또한, 벌이 좋아하는 꽃을 심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라벤더, 해바라기, 클로버, 백리향 등은 꿀벌이 좋아하는 꽃으로, 도시에서도 쉽게 재배할 수 있습니다. 학교나 공동체 공간에 ‘벌 정원(Bee Garden)’을 조성하는 것도 의미 있는 활동입니다.
소비 패턴도 중요한 실천 수단입니다. 지역에서 생산된 꿀을 구매하거나, 벌 보호에 앞장서는 양봉 농가의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환경을 지키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SNS나 블로그를 통해 벌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도 충분히 의미 있는 일입니다.
마지막으로, 자녀나 주변 사람들과 함께 벌의 역할과 생태계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의식 있는 대화가 세대 간 인식을 변화시키고, 궁극적으로 정책과 사회 전반의 행동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 벌의 날’은 벌을 위한 날이자, 인간 자신을 위한 날이기도 합니다. 벌이 사라지면 생태계는 물론 우리의 식탁까지 흔들릴 수 있습니다. 이제는 벌의 역할을 정확히 이해하고, 일상에서 작은 실천으로 생태계를 지키는 데 동참해야 할 때입니다. 5월 20일, 벌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고, 지구를 위한 행동을 시작해보세요.